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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교회 분투기 / 다시 광야로공지 2015. 8. 29. 16:00
골목교회 분투기 / 다시 광야로
지난 11년간의 목회를 통해서 한번도 목회가 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목회를 잘해보려 했지만, 곧 '나'라는 장벽을 만나게 되었고, 정처없이 걷가 보니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그분의 마음을 듣게 되었고, 그 뒤로 숲속에서 들은 마음을 붙잡고 동네에 들어와서 제 청소년기에 교회가 나에게 해준 것과 같이 나도 동네 청소년들의 친구들의 보호막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커피마을을 통해서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시간학교 마을콘서트를 통해서 청소년들과 지역 주민들과 친구가 되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가나예배당for Les Miserables가 생겼습니다. 그곳에서 매 주일 예배를 드리며 작지만 행복한 예배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목회를 잘하려고 했을 때는 목회가 힘들었는데, 목회를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행복한 일,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이 무엇인지를 붙잡다 보니, 커피를 타게 되었고 음악회를 진행하게 되었고 그 가운데 이제는 청소년 목공 놀이 마을공작소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십년전에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역활들을 감당하고 있고, 또 공간들과 사람들을 만난것은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덧 청춘의 때도 지나고 중년의 나이의 목사가 되었습니다. 배도 제법나왔고 이마도 넓어졌습니다. 전에보다 좀 더 능숙해 지기는 했지만, 지혜로워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난 11년간 단 한주도 쉬지 않고 저희 교회에서 설교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것 같습니다. 그동안 11년동안 제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서 사역을 했던 시간이였습니다. 남들은 월세에서 전세로 가도 모자란데 갈 수록 사역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월세, 전기세의 비중이 높아갑니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을 교회에서 교인들이 감당하니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보면 교회는 작지만 재정적으로나 성도의 숫자는 조금씩 부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저를 힘들게 하는 일들이 늘어났습니다. 마치 펀치드렁크에 걸린 권투선수와 같은 신세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쉬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쉴 수 없는 상태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초대로 9월 28일부터 10월 30일까지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서 그리고 친구가 선교사로 섬기고 있는 애리조나 호피마을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올랜드와 마이애미 그리고 애틀란타와 워싱턴 그리고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입니다. 저희 가족에게는 쉼의 기회이고 또 저희 교회로서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의 11년동안의 흐름을 존중하면서도 앞으로 11년의 사역은 제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교회가 중심이 되어서 모든 일들을 교우들과 함께 더 나아가려 합니다. 저 혼자 사십보를 걷는 것이 아닌 사십명의 교우들이 함께 한보를 걷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의 제 목회가 성공을 지향한 목회는 아니였지만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였습니다. 무엇보다 개척맴버들 가운데 한가정도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장로님 권사님들이 지금도 동일한 헌신과 신뢰로 교회를 섬기고 계십니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우선권을 자랑하지 않고 항상 이해와 배려 그리고 섬김으로 교회와 목사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 자녀들도 이제 하나 둘씩 결혼을 하여 자녀들을 낳고 있고, 이제는 며느리들까지 교회를 나오고 있습니다. 한 며느리는 당진에서 매주 올라와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예배를 드리기도 합니다. 1시간학교에서 만난 중학생들은 이제 대학을 졸업한 사회인이 되었는데 모두 자신의 자립과 성장을 위해서 살아갑니다. 이 청년들은 항상 교회가 중심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목회의 꽃과 열매와 같은 딸들입니다. 그리고 커피마을에서 만나서 신앙을 시작하고 입교하여 집사직분을 받으신 분들도 저마다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11년 동안 저희 교회는 적지 않은 아이들을 출산했습니다. 그래서 교회에 유치부이하 아동들이 열명이나 됩니다. 생각해 보니, 참 감사한 것은 지난 11년 동안 교인들 가정가운데 이혼한 가정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가족간에 어려움을 겪던 가정들도 교회로 들어와서 치유가 되고 있고, 또한 아픔 가운데 있는 분들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저희 교회에 대해서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저는 그것이 바로 '교회'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교회'도 어려움과 문제 그리고 상처가 많지만 그래도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서로의 끈이되어 주고 하나로 묶어준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고 저는 단순한 공동체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교회를 섬기는 목사가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시 광야로 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광야를 다녀오려합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지만, 성실하게 다하고 다녀오려합니다. 그 길을 위해서 함께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희 참포도나무교회를 위해서 잠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로 저희교회가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성원에 부끄러움 없는 제가 그리고 저희 교회가 되도록 항상 깨어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님의 은혜가 여러분에게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2015년 8월 28일
참포도나무교회 안준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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