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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이유는 없어 개척교회가 싫을 뿐이야골목에서 만난 예수 2016. 7. 29. 23:38
_이유는 없어, 개척교회가 싫을 뿐이야
개척교회를 시작하는 전도사와 목사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꿈과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목회 현실은 엄혹합니다. 참포도나무교회는 2004년 1월 16일에 개척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개척 목회를 준비하던 세 가정이 함께 뜻을 모아서 작은 원룸에서 예배를 드리며 개척 장소를 찾았습니다. 그 가운데 장항동 731번지 한호를 분양받아 예배당으로 아름답게 꾸몄습니다. 그때 교회 현관에 요한 웨슬리 목사님께서 하신 ‘세상은 나의 교구다’라는 구호를 붙였습니다.
개척교회는 새로운 신자들을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래서 개척 초기부터 전도에 열심을 다했습니다. 강원도 평창에 자리한 '복음농장'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올라가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농사를 지어서 그 수확물로 전도를 했습니다. 옥수수 만개를 새벽에 쪄서 트럭으로 옮겨서 2천 명과 나눴습니다. '예수 믿으시고, 동네 교회에 나가세요'라고 전도를 했습니다. 그렇게 전도를 하면서 제 마음속에는 2천 명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저희 교회에 한 번만이라도 나와 주길 바랬습니다. 그렇지만 단 한 명도 교회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농사를 짓고 전도를 했습니다. 그해 가을에는 김장을 2 천포 기해서 젊은이들의 거리에서 문화축제를 열고 지역주민들과 나누면서 전도를 했습니다. 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을 모두 그곳에 쏟아 넣고 전도를 했습니다. 그 뒤 겨울에는 장모께서 직접 담그신 된장과 고추장을 1kg 용기에 넣어서 이천 명과 나눴습니다. 그 뒤에는 깻잎김치를 나눴습니다. 그 일을 통해서 저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저희 교회에 나와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전도를 하면서 한 가게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눠주었는데 그분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일산의 대형교회를 다니던 집사님이셨습니다. 그분을 전도하려고 나눈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마음으로 그분은 제가 꼭 챙겨서 드렸습니다. 귀한 농산물들을 받고 기뻐하시고 저희 교회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신대원 전도학 세미나의 그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역교회 중에서 이름을 아는 다섯 교회를 써 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그분은 일산에서 제일 큰 교회부터 5위까지의 교회를 자랑스럽게 써넣으셨습니다. 제가 다른 학우를 시켜서 혹시 바로 옆 건물에 있는 개척교회는 모르시냐고 물어보니, 모르신다고 대답하셨습니다. 저는 적어도 그분만은 바로 옆 건물에 들어와서 매번 인사를 드리고 귀한 농산물을 나눠주었던 개척교회는 기억하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인터뷰를 통해서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없어, 개척교회가 싫을 뿐이야" 그 이후 저는 기존 교회에서 전도라는 이름으로 행하지만 실상은 자기 교회 홍보에 지나지 않는 '전도'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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