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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 하루에 한시간만 배워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1시간학교골목에서 만난 예수 2020. 11. 29. 23:55
_어린이 북카페 숲을 걷다
이제 교회를 장항동 상업지구에서 백석동 13블록 주거지역으로 옮기면서 저는 새로운 모델의 교회를 꿈꿨습니다. 저는 아동 사역을 집중으로 하는 교회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마을 속으로 들어가서 마을 아이들을 위한 친구와 같은 교회를 꿈꿨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인테리어를 ‘어린이도서관’과 ‘북카페’가 합쳐진 형태로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제가 숲을 걷다가 성령님의 음성을 들었으니, 그 이름을 ‘어린이 북카페 숲을 걷다’라고 지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운영하던 피아노 학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주로 이곳을 이용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책을 봤고, 학부모들은 제가 타주는 ‘드립 커피’를 마셨습니다. 이곳에서 ‘열두 광주리 요들단’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매주 월요일 요들을 배우고 몇 차례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이면 동네 아이들과 함께 강원도 평창으로 2박 3일간 여행을 떠나서 수련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저는 마을 안에 남겨진 동네 아이들과 친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 1시간 학교는 노는 곳? 삶을 배우는 학교!
어린이 북카페 숲을 걷다의 이름을 걸고 그곳에서 평일에는 어린이도서관과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감당했고 주일에는 그곳에서 교우들과 동네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주로 이 공간을 이용했는데 저녁 6시 정도가 되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6시가 지나도 집에 가지 않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제 아내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던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아내는 7시가 넘어야 학원이 끝나기에 이 시간 정도가 되면 출출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동아(동네 아이의 줄임말)야, 집에 왜 가지 않니?”. 동아가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집에 가도 아무도 없어요”.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 라면 먹으려는데 너도 함께 먹을래?” 동아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서 그 날 처음으로 동아와 제가 함께 라면을 같이 먹었습니다. 그 날부터 저는 매일 저녁 라면을 끌이게 되었고, 그 소식을 들은 동네 아이들 몇 명이 저와 함께 놀고 라면을 먹게 되었습니다. 한 보름 가량 제가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라면을 끌여 먹었더니, 아내가 그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학원을 끝나고 오면 매일 밥을 해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6년 동안 아내는 매일 저녁마다 많게는 10명에서 적게는 세네 명의 저녁밥상을 차려주었습니다. 이른바 말 그대로의 밥상공동체가 시작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저희는 매일 저녁 함께 모여서 밥을 같이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그 날 경험한 이야기들을 저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때로는 하하호호 깔깔대며 웃었고 때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따끔하게 가르쳐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경우 아내와 저는 경청과 환대로 동네 아이들을 맞아주려 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제가 교회학교를 통해서 배운 경험 그대로였을 것입니다. 어릴 적 교회학교에 나오면 선생님들은 저를 넓은 품으로 안아주셨습니다. 그 경험이 오버랩이 되면서 학교생활에 지친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려 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기만 했는데 아이들 안에서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나면 아이들과 동네 골목을 걷고 뛰고 그곳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러다 간디와 함께 스와라지 운동을 했던 비노바바베가 주창한 ‘1시간 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동네에서 저희 공간을 “저곳은 노는 곳”이야 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신학교 은사이신 송순재 교수님께서 저에게 1시간 학교를 소개해주셨습니다. 1시간 학교는 간디와 함께 스와라지 운동을 했던 비노바바베 선생님께서 주창한 마을학교 모델입니다. 그는 하루에 1시간씩 읽기와 쓰기와 같은 간단한 지식만 가르쳐 주어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마을의 어른들이 교사가 되어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을학교의 형태가 바로 1시간 학교입니다.
저는 1시간 학교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시간학교를 세우고 그곳에서 매일 1시간씩 아이들의 공부를 도왔습니다. 수업은 ‘글쓰기’, ‘다도’, ‘공예’, ‘일본어’, ‘영어’, ‘동네 체육’, 그리고 ‘영어소설 읽기’를 했습니다. 저는 ‘영어소설 읽기’수업을 맡아서 동아들에게 쌩땍쥐베리의 ‘어린왕자’를 함께 읽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취지에 동감하는 선생님들로 꾸렸고, ‘어린이북카페 숲을걷다’를 통해서 만난 아이들이 함께 했습니다.
신앙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1시간학교
비노바 바베가 제안한 ‘1시간학교’운동은 그의 힌두교 신앙에서부터 출발하고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그 신앙을 떠받치고 있는 신앙공동체의 힘으로 ‘1시간학교’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면에 착안하여 ‘1시간학교’를 진행하는 힘을 개신교 신앙공동체에서 찾으려 했습니다. 사회복지모델로 진행을 하다 보면 기독교적인 가치에 대해서 전하고 가르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신앙교육이라는 것은 감사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시간학교에 속한 아이들을 교회에 출석하는 아이들로 한정을 짓고 그 아이들에게 주일에는 신앙공동체에서 살게 하였고, 평일에는 ‘1시간학교’에서 자립과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도록 도왔습니다.
이후 1시간학교는 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밥상공동체의 형식을 띠는 자율학교로 진행했습니다. 1시간학교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오면 함께 밥을 먹고 스스로 공부하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도시 청소년을 위한 숲을걷다’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도시 청소년들에게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1시간학교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하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들이 자립을 할 때까지 교회에서 ‘1시간학교 장학회’를 조직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매년마다 장학금을 지급했습니다. 대학생들에게는 매년 50만 원을 지원하여 자신의 자립과 성장을 위해서 쓰도록 도왔습니다. 이렇게 한 까닭은 한 명의 아이가 성장하여 어른이 되기까지는 한 마을의 도움과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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