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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 드리는 기도낭독기도회 2023. 7. 19. 19:04
새해 아침에 드리는 기도 / 성서에 나타난 기도 (김영운 목사) / 낭독 및 해설 :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
성서에는 수많은 기도가 기록되어 있다. 물론 성서 자체를 하나의 커다란 기도집으로 볼 수도 있으니 그 속에서 형식을 갖춘 기도만 살펴 보아도 무려 650가지나 된다. 여기에 덧붙여서 기도집으로서의 시편을 들 수도 있다. 이렇듯 많은 기도가 성서에 담겨 있는 것은 그만큼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과 기도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기도를 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나 특별한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기도를 하는가에 따라 그 내용에 알맞은 시간이 있을 것이고, 특히 어떤 시간에 기도를 하느냐에 따라 그 기도가 더욱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이 어떤 일의 출발점에서 드리는 기도가 의미가 있고, 하루의 첫 시간인 아침에 드리는 기도가 뜻이 깊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새해가 밝아오는 첫 아침에 동쪽에 솟아오르는 해를 향하여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은 생각만 하여도 아름답고 또 경건하기까지 하다.
시편 기자도 시편 5:3에서, “야훼여, 당신은 아침 기도를 들어 주시기에 이른 아침부터 제물을 차려 놓고 당신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라고 기도를 드린다. 이토록 이른 아침에 기도를 올리는 것은 옛날부터 좋게 생각되어 왔고 그래서 오늘날도 수많은 기도자들이 아침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하루의 생활이 시작되는 시간에 드리는 기도가 중요한 것처럼 한 해의 삶이 시작되는 시간에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는 그만큼 중대한 의미가 있다. 그것도 희망 가운데 드리는 기도이기는 하지만 어두운 그늘 속에서 희망의 빛을 응시하면서 드리는 기도야말로 더욱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시편(5편)의 기자가 드리는 아침 기도는 바로 이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기도 속에서 단순히 이런 기도를 인용할 것이 아니라, 이 기도 자체가 우리의 절실한 기도가 되도록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어려운 처지에서 드리는 아침 기도가 우리의 상황과 우리의 기도를 오히려 더 명백하게 드러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숨 지으며 애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기도를 드리게 될 때 아침이 되었다고 해서 희망이 저절로 용솟음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아침 해가 밝아온 것 때문에 절망의 그늘이 더욱 역력하게 드리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도 아침 기도를 드리는 것이 시편 5편의 기도이다. 이 시는 크게 나누어 보면 네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처음 3절은 기도를 들어 줍시사 하는 호소이며, 4~7절은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확신을 외친 것이다. 8~10절에서는 원수들의 불성실을 낱낱이 아뢰며, 11~12절에서는 하나님이 결국은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데 대한 시편 기자의 확신이 노래되고 있다.
이제 새해 아침에 드리는 우리의 기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한 해를 어려움 속에서 보낸 만큼은 밝아오는 새해에는 그런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게 된다. 이것은 인지 상정이다. 어두운 그늘 밑에서 살았다고 생각되는 만큼은 밝은 빛 가운데서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고뇌와 억압 속에서 살았던 만큼은 평화와 자유 속에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모든 희망을 갖기에 앞서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은 먼저 하나님께 애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나님에게 우리의 희망 사항을 아뢴다고 하는 것도 실상은 따지고 보면 우리의 아픔이 대단치 않을 경우일 것 같다. 이러저러한 말로 요청을 드리는 만큼은 여유가 있는 것일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처지가 워낙 어둡고 어렵게 느껴질 때 하나님께 무엇을 어떻게 해 줍시사 하고 요청하기 보다는 차라리 그분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더 옳은 것이라고 느껴진다. 이것이 시편 기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믿음의 자세이다. 절실하다고 할까, 의연하다고 할까? 아무튼 참된 희망이 솟아오르는 기도의 자세로 보여진다.
이토록 하나님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마음의 밑바탕에서 하나님께 대한 확신이 자리잡고 있다. 그분의 정의를 믿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확신이다. 약한 것이라고는 그 어느 것도 참아보지도 못하시고, 반기시기는커녕 역겨워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신뢰이다. 그러자니 하나님에게 악을 물리쳐 줍시사고 애원을 할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정의를 믿고 그 확신을 아뢰는 것이 희망의 빛을 뿜어낸다. 그러니까 생각을 가다듬고 보면 이처럼 하나님께 대한 확신을 기도로 나타내는 길이란 말없는 기도 곧 명상 기도이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소리를 내어 기도한다고 하여도 그것은 가장 낮은 소리로 하는 기도이다.
모든 기도는 참으로 명상에서 시작된다고 생각된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생겨날 때 그것이 진정한 기도이다. 입 밖에 내어 무슨 말을 하는가하는 문제 이전의 기도이다. 하나님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온 마음을 하나님께 고스란히 바치는 명상 기도가 바로 이것이다.
바로 이런 마음 가짐으로 어느 형제는 새해 아침에 드리는 기도를 다음과 같이 명상 기도로 드린다.
“해가 바뀐 이 새벽 동은 이미 텄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지난 해의 어두움은 물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해의 상처, 아픔, 죽음의 그늘, 죄와 악, 그리고 미움, 배신... 때문에 숨이 턱에 닿고 나오는 것이 한숨 뿐입니다.”“새해의 솟아오르는 태양을 맞아들여야 합니다. 제발, 하나님, 귀 좀 빌립시다. 나의 왕, 나의 하나님이시여 ! 애원입니다. 내 한숨 좀 알아주시고 제발 살펴주십시오.”
“이 아침 이 기도를, 이 아침 이 제물을 받아주십시오. 이 제물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한숨 짓는 제 자신입니다. 이 몸을 송두리째 드립니다. 받으시고 당신 것을 삼아주십시오. 이 몸을 당신의 것으로 받으신 것만 확인되면 죽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 때에는 처분대로 하십시오.”
“사랑이신 하나님 ! 당신께서 장군처럼 원수를 향하여 복수의 칼을 휘두르실 리가 없습니다. 당신은 사랑이시기에 불의한 자들과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의로운 당신이 곧 심판이 되십니다. 달리 어떤 심판이 따로 없습니다”.
“당신의 그 크신 사랑을 믿습니다. 두려움에 떨리는 마음으로 당신을 향해 넓죽 엎드립니다.”
“야훼여! 지금 내 곁에서 원수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의 체면 좀 봐 주십시오. 이 몸에서 죄를 벗겨 주십시오. 새해를 맞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용기를, 새힘을 주십시오.”
(당신 일을 내 앞에 더 주실 것을 믿으며 이렇게 아룁니다.)
“사악을 버리게 하소서,악행을 버리게 하소서,
거만을 버리게 하소서,
거짓을 버리게 하소서,
내 피를 흘릴지언정
남의 피를 흘리지 말게 하소서,
사기치지 말게 하소서,
간사한 말을 하는 이 혀를 제거하게 하소서,
어린 영혼을 넘어지게 하는 일을
그만 하게 하소서,
배신하지 말게 하소서,
약속을 저버리지 않게 하소서.”
“그래야만 새해를 시작할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안됩니다. 새해가 지난 해의 되풀이라면 정말 시작할 용기가 안 납니다.”“제발 어제의 어둠을 쫓으시고 어제의 상처를 싸매시고 어제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소서, 어제의 한숨을 거두어 주시고 어제의 슬픔과 눈물을 씻어 주십시오.”
“이렇게 엎드려 빕니다. 이 등을 누르는 무거운 짐을 좀 치워 주십시오. 강하신 팔이시여,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주십시오. 단정히 서서 새해를 향하여 첫 발을 내딛게 하십시오.”
“자비로우신 당신이시여 ! 당신이 내 편이시라면 원수들의 조롱쯤은, 그들의 고소쯤은 문제 없습니다.”
“당신과 함께 라면, 정말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나의 노래시여! 가까이 오셔서 이 입을 열어 찬양하게 하소서. 노래하면서 새해를 시작하게 하소서. 당신과 함께, 당신 품에서 신나는 삶을 시작하게 하소서.”
“사랑이시여 ! 당신의 사랑은 나의 방패이십니다. 당신의 사랑이 나를 부르시면 원수들의 화살이 어떻게 뚫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이와 같은 명상이 우리의 기도가 될 때 악에 대한 두려움은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확신 때문에 이겨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징벌에 대한 어떤 공포심도 사라진다. 왜냐하면 구원에 대한 확신이 희망의 빛으로 밝아오기 때문이다. 겉으로 나타내는 어떤 표현과 행동보다도 우리의 인격의 깊은 곳에서부터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희망이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하나님을 향하여 향내를 품으려 솟아난다는 이것이 더 진실한 기도가 된다.결국 새해 아침에 우리가 드리는 기도는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 그분을 하나님으로 믿고 의지하는 우리의 마음을 송두리째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어야 한다. 그분의 사랑과 보호하시는 능력을 확신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바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의 생활 가운데서 어느 부분만을 하나님께 떼어 바치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산 제사를 드리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과 몸을 제물로 바치며 “당신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기도를 새해 아침에 드리게 될 때, 우리는 날마다 이런 기도를 드리게 될 것이다. 아니, 하나님 안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매일 아침에 이런 기도를 올려야 한다. 그래서 일년 내내 하나님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속에서 살아야 한다.
어두움 속에서도 그분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우리의 확신은 희망을 낳는다.
#새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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