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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속에서 우러나오는 기도 / 느헤미야의 기도
    낭독기도회 2023. 7. 26. 19:22

    위기 속에서 우러나오는 기도 / 성서에 나타난 기도 (김영운 목사) / 낭독 및 해설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수많은 기도 가운데에는 지도자들이나 정치인들의 기도도 많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느헤미야의 기도(1;4~11)는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끈다. 이국 땅에서 입신양명하여 잘 살고 있는 느헤미야이지만, 극심한 위기에 처한 고국의 동포를 생각하고 비탄에 잠긴 형제들을 생각하여 몸부림치는 한 지도자의 기도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페르시아의 요새 도시 수사에 사는 느헤미야는 그 당시 최강대국인 페르시아의 황제 아르닥사싸 1세의 중신으로서 재산도 모았고 지위도 총리대신에까지 올랐었다. 일신상의 안일만을 추구하는 삶이라면 너무나 편하게 살 수 있었던 그였으나, 고국에서 고생하는 동포들을 생각할 때 잠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그였다. 포로들 가운데서 살아남은 이들은 그 곳에서 몹시 고생하며 수모를 받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벽은 무너진 채요, 성문들은 불에 탄 채로 그냥 있습니다라는 소식을 듣고 느헤미야는 땅에 주저않아 슬피 울며기도를 올렸다.

     

    느헤미야는 비탄에 잠긴 동포들을 생각할 때 하나님께 단순히 기도만 하지 않았다. 도탄에 빠진 고국의 동포들을 위하여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였다. 치밀한 계획도 세웠고, 페르시아 황제의 허가는 물론, 그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예루살렘에 돌아와서는 온갖 시기와 질투를 비롯한 그 밖의 숱한 어려움을 무릅쓰고 예루살렘의 질서를 회복하는 일을 하였다. 그러나 그가 한 모든 행동은 기도와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 전에 느헤미야가 하나님께 올렸던 기도를 살펴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느헤미야는 어떤 특별한 경우에 처하면 무엇보다 기도를 한 사람이었다.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나타난다. 위기에 직면하면 그는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대한 신앙을 확인하며 선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아무리 사정이 급하여도 그 사정을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 급하지는 않다. 그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느헤미야에게는 하나님께 대한 신앙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그는 하나님을 찾으며 호소한다. “하늘을 내신 하나님”,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면 한결같은 사랑으로 약속을 지켜 주시는 높고 두려우신 하나님께 대한 신앙을 확인하며, 바로 그런 하나님 야훼께 애운하며 기도한다.

     

    그러나 그의 기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무릎을 꿇고 형식을 갖추어 하는 그런 기도만 하지는 않는다. 치밀한 계획의 능력과 강력한 조직력의 소유자인 그는 박력 있는 행동으로도 기도를 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어디까지나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범위에서 이루어지며, 하나님의 속성을 아는 만큼은 그러한 하나님의 속성을 의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계획을 세운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믿는 하나님께 대한 실존적인 신앙을 고백한다. 비록 온 백성을 위하여 기도를 하면서 도 그는 나의하나님을 찾아 기도를 한다.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하나님을 막연하게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창조하시고, 나를 보호하시고,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께 호소를 한다. 무엇보다도 나의 생각을 아시고 나의 사정을 알아주시는 나의 하나님께 기도를 한다.

     

    느헤미야는 결사적으로 하나님께 읍소한다. 그야말로 골방에서 은밀하게 기도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를 놓고 기도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하나님을 향하여 기도를 하지만, 그는 민족을 위하여 기도를 하며 나라를 위하여 기도의 제단을 쌓는다. 이와 같이 개인적인 기도 속에서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 그의 관심과 염려가 하나님께 아뢰어지지만, 결국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그의 기도 때문에 우리는 보다 새로운 차원의 기도를 발견하게 되고, 또한 그의 기도를 통하여 훌륭한 기도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

     

    우선 느헤미야의 기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평소에 끊임없이 하나님을 향하여 기도의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특정한 기도의 제목을 두고 기도를 하였다기보다도 늘 하나님을 생각하며 의지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국에 있는 동포들에 관한 슬픈 소식을 들었을 때 느헤미야는 그 즉시 기도의 태세를 갖추었다.

     

    둘째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기도를 하기 위하여 그가 취했던 태도이다. 사실은 그것 자체가 기도이지만 느헤미야는 무릎을 꿇고 입을 열어 기도하기 전에 먼저 금식을 하였다. 하나님께 매달리는 태도가 역력히 드러나는 기도를 하였다. 음식을 하루 세 끼 먹으며 하는 기도와는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 일상적인 생활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뜻과 함께 자신을 비우는 몸짓으로 금식을 하였다. 그것도 산 속이나 수도원에 들어가서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닌 일국의 총리대신이 금식을 하며 기도하였다. 정치인의 분주한 생활 환경을 생각하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섬기는 아르닥사싸 황제를 위하여 기도를 한다든가 페르시아를 위하여 기도를 한다면 총리대신으로서 모든 일을 중단하고라도 금식하며 기도를 하기란 수월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위하여 기도하는 그로서는 현직에 있는 몸으로 총리대신이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지는 못하였을 것이 아닌가? 그러니 정상적인 일을 다하면서 금식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가 하는 것은 경험해 보지 않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느헤미야는 이렇듯 어려운 기도를 금식하며 여러 날 계속하였다. 그러면서도 애타게 호소했다. “땅에 주저앉아 슬피 울며기도를 올렸다. 기도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욱이 슬피 울며 기도를 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억지로 울려고 마음을 먹는다 해서 울음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웬만큼 절박한 일이 아니고서는 자신의 문제를 놓고 기도를 하여도 그렇게 울음이 쉽게 나오지를 않는다. 그것도 강대국의 정사를 다루는 총리대신으로서는 대범하고 강인한 데가 있어야 하는 만큼 눈물이 흔하지 않은 법이다. 그런데도 느헤미야가 슬피 울며 기도를 올렸다. 그러니 그의 기도가 얼마나 절박한 마음에서 우러나왔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느헤미야도 위기에 처한 백성들을 위하여 기도하던 아브라함이나 모세처럼 먼저 하나님의 약속과 사랑에 호소한다. “사랑으로 약속을 지켜 주시는 하나님에게 눈을 열어 굽어 살피시고 소인이 올리는 기도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하고 호소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두고 하나님께 매달린다. 나의 하나님을 찾으며 느헤미야와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확인하던 느헤미야가 이제는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확인하며 기도를 올린다.

     

    이런 관계를 두고 느헤미야는 깊은 차원의 회개를 한다.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느헤미야는 무슨 제목으로 기도를 하든 상관 없이 먼저 기도하는 사람 자신의 죄를 회개한다. 그것은 기도하는 사람 자신이 하나님 앞에 올바로 서기 위한 필수적인 자세이다. 자신이 지은 죄와 함께 저의 가문도죄를 지었음을 아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서면서 느헤미야는 이스라엘 백성이 지은 죄를 고백하며 하나님께 정녕 못할 일을 하였노라고 회개한다. 이렇듯 하나님 앞에서 개인의 죄와 가문의 죄와 백성의 죄를 고백하며 회개하는 느헤미야이기에 그는 하나님께 진정으로 매달리며 호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 문제만을 해결해 줍시사 하고 기도를 할 것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 자신이 하나님을 진정으로 믿고 의지하며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고 올바로 서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이다. 기도하는 사람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 무엇보다 앞서야 할 일인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기도하는 사람은 확신 가운데서 기도를 하게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을 바로 보는 사람만이,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그분을 정녕 믿고 호소하는 사람은 저버리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며,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한 번 하신 약속은 결코 잊어버리시지 않는 분임을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그분의 사랑을 믿고 그 분의 말씀을 믿는 느혜미야로서는 밤낮으로 하나님께 빌게 되었던 것이다. 어쩌다 생각이 나면 기도를 하다가 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사랑과 약속 때문에 결국은 약해지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기도를 한 것이다. 어느 성자도 그렇기 때문에 기도가 하나님은 약하게 만들고 사람은 강하게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믿음으로 구하는 사람들은 끈기 있게 기도하는 예를 우리는 여기서도 다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느헤미야의 기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발견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의의가 큰 것은 기도의 응답을 위하여 자신이 몸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하나님께 기도를 올리고 나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그냥 앉아서 응답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올린 기도에 대하여 하나님이 응답하시는 일에 자신이 참여하고 기여하겠다고 하는 자세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느헤미야는 이렇게 기도할 수 있었다. “주여, 빕니다. 저의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하나님을 기꺼이 공경하는 종들이 올리는 기도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이제 이 몸이 주님의 총애를 입어 그 소원을 이루게 하여 주십시오.”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과 신실하심과 약속을 믿는 느헤미야가 기도를 할 뿐만 아니라 그 기도가 이루어지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며 한 가지 분명하게 떠오르는 물음이 있다. 나라와 백성이 위급한 때 민족을 사랑하는 정치가의 그토록 절실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고 하나님이 무엇을 하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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