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기도회

성령과 함께 하는 기도

if i could 2023. 6. 14. 19:09

성령과 함께 하는 기도

성서에 나타난 기도 / 김영운 목사 저

낭독 및 해설 : 안준호 목사

 

우리가 기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성령과 함께 기도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어느 때를 막론하고 사실상 기도 생활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성령과 함께 기도할 것을 말하였다. 이것은 한편 따지고 보면 항상 기도한다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사도 바울이 기도에 대한 권면을 할 때면 으레 이런 말을 하였다. 예수께서도 항상 기도할 것을 가르치셨다(누가 18:1). 바울은 특히 에베소서 6:18에서 무시로 성령 안에서 기도”(개역판)할 것을 말씀하었다.

 

어느 때나”, “무시로”, “항상기도한다는 것은, 말이 그렇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여기에는 성령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성령 안에서기도를 해야 한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흔히 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생각과 노력만으로 기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성령 안에서기도하는 문제를 새롭게 되새겨 볼 필요를 느낀다.

 

사실상 성령의 도움을 받아 기도한다든가, 성령 안에서 기도한다는 말은 곧 성령과 함께 하는 기도를 의미한다. 거룩한 영으로 기도하는 것이요, 거룩한 정신으로 기도하는 것, 그리스도 의식”(Christ consciousness)으로 기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도는 표현이나 형식이 어떤 것이든 간에 영적 교신을 계속하는 것이요, 우리의 마음과 영이 그리스도의 생각으로 가득차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상 기도하는 일이나 쉬지 않고 기도하는 일이나 끊임없이 기도하는 일이 과연 문자 그대로 가능한가? 예수님도 그렇게 할 것을 가르치셨고 바울도 그렇게 권고하였다. 그렇다면 그런 가르침이나 권면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보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여기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을 찾기에 앞서서, 일단 위기 의식을 가지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을 읽어보자. 그러면서 기도문으로 바꾸어 보자.

 

주여, 우리에게 쉬지 말고 기도하라 하시니 감사합니다. 기도보다는 다른 데 마음을 두고 살아가기 쉬운 우리에게 성경 말씀으로 깨우치시며 항상 기도할 것을 가르치시니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실상 우리가 쉬지 않고 항상 기도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을 우리에게 하라고 하시지는 않았을 것 같이 생각되기도 합니다. 주여,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당신께 아룁니다. 항상 기도해야 할 우리가 기도를 쉬는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 부실하여 항상 기도를 하지 못합니다. 이제 성령으로 우리를 도우시고 인도하셔서 진정으로 쉬지 않고 기도하는 것을 배우고 실천하게 하소서.”

 

그렇다면 끊임없는 기도란 과연 무엇인가?

흔히들 끊임없는 기도라고 하면 규칙적인 기도를 생각한다. 물론 규칙적으로라도 기도를 꾸준히 하면 그것도 끊임없는 기도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서 문자 그대로 끊임없는 기도를 생각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끊임없는 기도를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영적 호흡을 계속한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그리스도 의식으로 가득찬 기도요, 성령과 함께 하는 기도로써만 가능하다. 그것은 자나 깨나, 일을 하거나 쉴 때나, 혼자 있을 때나 누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드시 말을 해야만 기도가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살펴보았다. 말없는 대화를 생각할 수도 있다. 눈으로만 말을 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고, 그저 아무 말 없이 함께 있기만 하여도 뜻이 통하는 사이를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바로 이런 것이 완전한 일치의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침묵 속에 부단히 이어지는 참다운 말”, 참다운 대화를 이루고 참다운 관계를 형성하듯이 말없는 기도가 주님과의 대화를 이루는 것을 생각할 때 이와 같은 기도를 함으로써 주님과 완전한 일치의 상태를 얻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마음의 기도를 보다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마음 속에 그리스도를 모시는 것이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 있는 것으로 충분한 기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은 심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그 마음의 자리로서 심장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마음을 추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심장을 생각하게 된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마음의 기도를 심장의 고동에 싣고 또한 우리의 호흡과 맥박에 싣기도 한다. 그리스도 의식을 바로 우리의 심장의 고동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하는 기도를 심장의 고동과 맥박에 싣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눈을 안으로 돌려 심장이 뛰는 모습을 지켜 보고, 우리의 귀를 안으로 기울여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는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마음의 기도를 우리의 호흡에 연결시킨다. 그리스도를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이 우리의 호흡에 연결될 때 그것이 곧 영적 호흡이 되는 것이다. 이 때에 비로소 우리의 기도는 영적 호흡이 된다.

 

영적 호흡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육신의 호흡이 끊어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영적 호흡도 결코 끊어져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기도는 연속성의 기도이다. 따라서 기도는 연속성이 있어야 하며, 가끔 생각 나면 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기도는 결코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산발적으로 되어지는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는 연속성이 살아야 하듯이 끊임없이 되어야 한다. 다만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그것은 문자 그대로 끊임없이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필로칼리아를 통하여 예수 기도즉 마음의 기도가 문자 그대로 끊임없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우리는 모든 기도를 이처럼 끊임없이 할 길을 찾는 것이다.

 

끊임없는 기도는 수련을 통하여 완벽해진다. 마음의 기도를 맥박과 호흡에 싣고, 그리스도 의식을 우리의 발걸음과 손 움직임에 연결시키는 일은 실제로 연습과 훈련을 거쳐서 점점 원숙해진다. 그래서 끊임없는 기도는 마치 등산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산을 오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등산을 하자면 우선 숨이 턱에 닿고 다리가 팽팽해진다. 조금만 올라가다가도 곧장 주저않고 싶어진다. 정상에 올라갔으 ㄹ때의 느낌도 좋고 산을 오르는 그 상쾌감이 좋으면서도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 이처럼 마음의 기도를 심장의 고동에 연결시키는 일에도 고통이 따르게 되며 한없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통을 극복하며 기도를 호흡에 연결시키는 수련을 계속하노라면 우리는 문자 그대로 끊임없는 기도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시계추가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하는 것일 수는 없다. 그것은 바로 영과 육을 통틀어서 우리의 전 존재를 바쳐 그리스도를 생각하고 기도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끊임없는 기도의 길을 예수 기도에서 발견한 우리는 이것을 다른 기도와 연결시킬 필요를 느낀다. 무엇보다도 예수 기도에 관한 책을 쓴 스웨덴의 패어 올로프 쇠그렌(Per Olof Sjogren)의 예화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주일 예배에서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규칙적으로는 아침 저녁으로 기도를 올린다. 여기에 덧붙여서 예수 기도를 드린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형태의 기도를 드리는데, 이들의 관계를 생각하면 영혼을 마치 정원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정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 주인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튼튼한 기둥을 세운다. 그 다음에는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기 위하여 아래 위로 굵은 철사로 묶어서 연결시킨 다음, 그 사이를 촘촘한 철망으로 막는다.

 

이 때에 울타리는 기도를 설명한다. 다만 튼튼한 기둥은 주일예배 때마다 드리는 규칙적으로 드리는 기도요, 아래 위로 연결시킨 굵은 철사는 아침 저녁으로 드리는 규칙적인 기도요, 고운 철망은 끊임없는 기도 곧 마음의 기도이다. 이 세 가지가 항상 함께 있을 때에 비로소 영혼의 정원은 안전하게 보호된다.

 

이상과 같이 세 가지 형태의 기도 가운데서 어느 한 가지만 빠져도 안된다. 우선 기둥이 하나 쓰려져도 철망이 기울어 그리로 사나운 짐승이 들어오거나 도적이 들 수 있다. 철사의 어느 한쪽이 끊어져도 그렇고, 더구나 철망이 뚫리면 똑같은 결과를 빚는다. 우리는 크리스천으로 생활할 때 공동체 기도를 빼놓을 수도 없지만, 이와 똑같이 아침 저녁으로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도 없다. 더욱이 현대인의 복잡한 삶 속에서 예기치 않은 위험과 유혹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끊임없는 기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처럼 우리의 기도생활은 주일예배에서의 기도와 날마다 가정에서 드리는 기도와 언제 어디서나 끊임없이 드리는 마음의 기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에 비로소 우리의 기도는 성령과 함께 하는 기도가 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처럼 예수 기도를 드릴 때 우리의 마음의 제단에 이미 불이 붙여진 것이다. 성령이 우리의 마음의 제단에 불을 붙이신 것이다. 성령이 이미 우리보다 앞서서 우리의 마음 속에서 기도를 시작하셨다. 이 엄연한 사실을 발견하고 그분과 함께 말로 혹은 침묵 속에서 기도를 계속하는 것만이 주님의 은총과 도우심에 대한 가장 충실한 응답을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기도하며 쉬지 않고 성령과 더불어 기도하자. 이것은 바로 그리스도가 계신 곳에 생명이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마음의 기도를 맥박이나 호흡에 싣자. 처음에는 두 번째는 예수”, 세 번째는 그리스도”, 네 번째는 우리를”, 다섯 번째는 불쌍히”, 그 다음에는 여기소서.” 이렇게 되풀이하노라면 마음의 기도가 어떤 것인 줄 아는 만큼은 한 호흡 한 호흡에 예수 기도 전체를 싣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무시로 성령 안에서 기도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