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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18, 한 사람을 위한 커피Coffee Prayer 2011. 4. 13. 22:12
처음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는, 손님이 여러분이 함께 왔을 때, 커피를 어떻게 서빙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전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세분 정도의 손님들이 같은 메뉴를 주문하시면 그래도 괜찮지만, 제 각각 다른 메뉴를 주문하시는 경우에는 처음 내린 커피와 마지막 내린 커피 사이에 시간이 길게는 2-3분의 간격이 존재합니다. 커피는 내린 뒤, 바로 마시는 것이 중요한데 이렇게 되면, 처음 내린 커피의 맛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샵들에 가보면, 바리스타가 3-4명의 커피를 함께 타서 서빙해서 오는데,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커피의 맛이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커피는 내린 후 바로 마셔야지 맛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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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17, 고난이 만들어 낸 향(香)Coffee Prayer 2011. 4. 13. 22:07
그는 주님 앞에서, 마치 연한 순과 같이, 마른 땅에서 나온 싹과 같이 자라서, 그에게는 고운 모양도 없고, 휼륭한 풍채도 없으니,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모습이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 버림을 받고, 고통을 많이 겪었다. 그는 언제나 병을 앓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돌렸고, 그가 멸시를 받으니, 우리도 덩달아 그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실로 우리가 받아야 할 고통을 대신 받고, 우리가 겪어야 할 슬픔을 대신 겪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징벌을 받아서 하나님에게 맞으며, 고난을 받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고, 그가 상처를 받은 것은 우리의 악함 때문이다.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써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매를 맞음으로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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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16, 네 마음을 다하고 ...Coffee Prayer 2011. 4. 13. 22:02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하였으니,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으뜸 가는 계명이다.(마태 22:37-38) 마음을 담은 커피 한잔. 저는 아직 맛있는 커피를 어떻게 탈 수 있는지를 잘 모릅니다. 겸손한 것이 아니라, 커피를 알아갈 수록 커피를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이 있다면, 정성을 다해서 탄 커피가 맛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선생님께서 저에게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법을 전수해주셨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 분으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뜸은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 물줄기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이런 세부적인 것들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가장 커다란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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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15, 아직도 내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Coffee Prayer 2011. 4. 13. 21:59
예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그것이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도 내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요한복음 2:4) _핸드드립, 기다림의 미학 커피에는 빠름과 느림의 문화가 공존합니다. 에스프레소*가 빠름의 문화라면, 사람의 손으로 물을 부어서 내려 마시는 핸드드립은 느림과 기다림의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25-30초 사이의 짧은 시간동안, 추출이 끝나는 것에 반하여, 핸드드립의 경우는 서버에 따라서 3분에서 5분까지도 걸립니다. 고노드립퍼를 사용하여 점드립을 하게 되면, 커피 한잔을 내리는데 4-5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때, 바로 다음 수순을 밟을 수 없고, 적당한 시기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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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14, 모난 콩Coffee Prayer 2011. 4. 13. 21:56
나는 사도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사도입니다. 나는 사도라고 불릴 만한 자격도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오늘의 내가 되었습니다. 나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고전: 15:9-10) _모난 콩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로스팅 초기에는 핸드픽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로스팅을 더 많이 하고, 커피를 더 자주 타다보니, 맛있는 커피를 타기 위해서는 핸드픽작업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어떤 선생님은 "핸드픽은 꼭 두번 하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기도 합니다. 맛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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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13, 밀과 가라지Coffee Prayer 2011. 4. 13. 21:52
예수께서 또 다른 비유를 들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자기 밭에다가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과 같다. 사람들이 잠자는 동안에 원수가 와서, 밀가운데에 가라지를 뿌리고 갔다. 밀이 줄기가 나서 열매를 맺을 떼에, 가라지도 보였다. 그래서 주인의 종들이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주인 어른, 어른께서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가라지가 어디에서 생겼습니까?' 주인이 종들에게 말하기를 '원수가 그렇게 하였구나'하였다. 종들이 주인에게 말하기를 '그러면 우리가 가서, 그것들을 뽑아 버릴까요?' 하였다. 그러나 주인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니다. 가라지를 뽑다가, 가라지와 함게 밀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추수 때까지 둘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추수할 때에, 내가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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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12, 카페가 교회로 들어왔다Coffee Prayer 2011. 4. 13. 21:50
_물 길으러 온 사마리아 여자 한 사마리아 여자가 물을 길으러 나왔다.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마실 물을 좀 달라고 말씀하셨다.(요한복음 4:7) _카페가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카페가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교회는 만물장수 백화점이 되어버렸고 손님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주문을 받는 교인들은 직원들이 되어 재빠르게 커피를 만든다. 번호표를 받아들고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어떠한 설레임도 찾아볼 수 없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모두 제 말하기 바쁠뿐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쉴 곳을 찾지 못한 언어들이 허공을 맴돌며, 삭막한 도시를 더 외롭게 만든다. 그 모습이 도시 한복판에 위압적으로 서 있는 백화점의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아 낫설지는 않지만, 이곳이 우물가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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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11, 커피 한잔이 주는 친밀함Coffee Prayer 2011. 4. 12. 20:44
"대야에 물을 담아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른 수건으로 닦아주셨다."(요 13:5)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다"(요 13:8b) _예수,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는 장면을 묵상해 봅니다. 이 모습은 전통적으로 예수님의 겸손, 혹은 섬김의 자세로 읽혀졌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만을 하나의 그림으로 때어 놓고 보게 되면, 제자들과 예수님이 나누었던 친밀함이 어떠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제자들에게도 자신의 발을 닦아주는 예수님의 모습이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을겁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너와 나와 상관이 없다"고 말씀하시며, 제자들의 발을 하나 하나 정성껏 닦아 주셨습니다. 제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