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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16, 네 마음을 다하고 ...
    Coffee Prayer 2011. 4. 13. 22:02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하였으니,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으뜸 가는 계명이다.(마태 22:37-38)

    마음을 담은 커피 한잔. 

        저는 아직 맛있는 커피를 어떻게 탈 수 있는지를 잘 모릅니다. 겸손한 것이 아니라, 커피를 알아갈 수록 커피를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이 있다면, 정성을 다해서 탄 커피가 맛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선생님께서 저에게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법을 전수해주셨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 분으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뜸은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 물줄기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이런 세부적인 것들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가장 커다란 가르침은 바로, 커피를 타는 사람의 자세입니다. 선생님은 커피를 타실 때, 숨소리도 내지 않으십니다. 아니 숨도 쉬지 않고, 한 호홉으로 커피를 내립니다. 그 모습을 보면, 감히 말을 붙일 수도 없습니다. 저는 그 선생님을 통해서 커피 한잔에 마음을 담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쩌면, 커피의 전부를 배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커피는 바리스타에게 자신의 모든 마음을 다할 것을 요구합니다. 저는 항상 커피는 새색씨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색씨가 자신만을 사랑해 주지 않으면 토라지듯이 커피도 자신만을 사랑해 주지 않고 마음 전부를 주지 않으면 바로 토라집니다. 커피를 볶을 때도,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기면 안됩니다. 오로지 10분 정도를 로스터기 안에서 볶아지고 있는 커피에 집중해야 합니다. 언제쯤 은피가 벗겨지고, 색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향은 어떻게 나는지를 계속해서 살펴줘야 합니다. 마음을 담아서 볶은 커피는 결과도 좋습니다. 단 한 순간이라도 마음을 다른 곳에 두게 되면, 커피는 새카맣게 타버리고 맙니다. 커피 한잔도 우리에게 마음 전부를 달라고 합니다.

    커피묵상

    커피한잔도 마음을 다하지 않고는 제 맛을 낼수가 없습니다.
    마음을 모두어서 내린 커피와 그냥 무성의하게 내린 커피는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께 너무 쉽게 우리의 목숨을 드린다고 고백합니다.
    내 모든 삶과 뜻이 다 주님만을 바라본다고 고백하고 자랑하면서도,
    정작 우리 마음은 내 것입니다.
    아니 나의 것도 아닌, 세상의 것입니다.
    세상이 준 마음, 질투의 마음, 토라진 마음, 무성의한 마음,
    좌절된 마음, 거친 마음, 짜증이 섞인 마음,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서
    그건 내 마음이라고 합니다.
    주님, 우리의 목숨과 뜻과 삶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먼저 우리의 마음을 당신께 모으게 하소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 오로지 당신과 이웃들을 위해서 우리의 마음을 모으게 하소서.
    우리가 하는 한 마디의 기도에 온 마음을 모으게 하시고,
    우리가 하는 한 마디의 이야기에도 온 마음을 모으게 하소서.
    커피를 탈 때도, 친구와 대화를 할 때도, 기도를 할 때도,
    회사를 향해서 걸어갈 때도,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지친몸으로 석양을 바라볼 때도,
    당신을 향해 우리의 마음을 모으게 하소서.
    나의 온 마음을 담아서 당신께 드려지길 원합니다.
    나를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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