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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8, 커피를 내리다Coffee Prayer 2011. 4. 12. 00:03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빌립보서 2:7-8)
_커피를 내리다.
'하심'(下心)이라는 말이 한 때 우리사회에서 유행했습니다. 하심은 여러가지 의미로 생각할 수 있지만, 말하자면,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낮은 자리에 앉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며, 좋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고되고 천한 일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자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낮추는 마음이 바로, 하심(下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서는 예수를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고, 사람과 같이 되신 분'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하나님이지만 하나님이 됨을 포기하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와서 자기를 낮추고 죽기까지 순종하사, 십자가의 죽기까지 하셨다고 설명합니다. 신학적인 용어로는 케노시스kenosis(그리스도의 낮아짐)라고 말합니다.
전에는 '커피'라는 명사에 '타다'라는 동사가 붙어서, "커피를 타다"는 말이 쓰였는데, 요즘은 '커피를 내린다'는 말을 많이 씁니다. 아마도, 이렇게 된 것에는 물을 부어서 내려마시는 '핸드드립'의 영향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모든 커피를 보면, 내려먹습니다. 에스프레소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서 먹고, 라테같은 베리에이션음료를 마실 때도 우유를 내려서 마십니다. 그러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커피를 마실 때는 항상 '내려서'마시는 것 같습니다. 커피 뿐만이 아니라, 모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되어 있습니다. 산 위에서 산 아래로 흘러 내려갑니다. 처음에는 졸졸흐르던 물방울들이, 냇가를 이루고 강이 되어서 대지를 적시며 구비구비 흘러 내려갑니다. 그리고 물이 닿는 곳마다 생명의 움이 트고, 나무들이 목을 축입니다. 물은 그냥 내려갈 뿐인데, 생명은 살아나며, 대지는 푸르름으로 가득찹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물은 생명을 살리지만,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물은 생명을 헤치게 됩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커피한잔을 내려 마시면서 우리의 마음도 주님과 같이, 물과 같이 겸손한 마음, 낮은 마음, 하심(下心)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_커피묵상
주님, 오늘 우리의 마음을 살펴 봅니다.
혹시 주님보다 더 높은 자리에 서 있지는 않은지요
렘브란트의 그림에 나오는 교만한 사람처럼 하나님과 형제를 내려다 보고 있지는 않은지요?
주님, 우리의 마음이 당신을 닮기 원합니다.
창조된 사람의 마음 그대로, 부족하고 연약하고, 쉽게 흔들릴 지언정,
그 낮은 마음, 부족한 마음 그대로 당신 앞에 서게 하소서.
그리고 부족한 가운데 당신의 도움을 구하게 하소서.
커피 한잔을 내려마시며, 우리의 마음을 내리게 하소서.
당신이 창조하신 그 낮은 마음 그대로를 잘 간직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Coffee Pray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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