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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7, 마실 때 마다 나를 기억하라Coffee Prayer 2011. 4. 11. 23:59"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다. 너희가 마실 때마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고린도전서 11:25)
_마실 때 마다 나를 기억하라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자주 식사를 나누셨습니다. 유월절 전 날 주님은 제자들을 모아놓고, 떡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포도주를 나누어 주시면서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다. 너희가 마실 때 마다 나를 기억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이 말씀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말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왜 주님께서는 떡과 포도주를 주시면서 말씀하셨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리스타가 되어서 매일 커피고 와플을 굽다보니 이 말씀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 주님께서 '떡'과 '포도주'를 통해서 말씀하셨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기억에 관한한 '언어'는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래서 '언어'를 전승하기 위해서 '문자'가 사용되지만, 문자는 '화자'의 감정과 정서를 담아서 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향', '냄새', '음식'과 같은 경우는 생각보다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날 당시의 느낌과 분위기, 감정까지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음식을 통해서 어떤 사건Ereignis이 일어난 경우에는 그 기억은 강한 인상으로 남아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저는 주님의 '말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은 복음을 빵과 포도주와 함께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빵과 포도주는 이후에도 계속적인 역사를 일으켜서, 제자들로 하여금 이를 대할 때마다, 주님을 기억하고 복음에 헌신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_커피를 기억하다.
저는 매일 아침 교회로 출근합니다. 저희 교회는 청소년도서관과 커피숍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청소년도서관에서는 '청소년자립을 위한 1시간학교'가 매일 열리고, 바로 옆 유리문으로 환하게 들여다 보이는 커피숍에서는 커피를 팝니다. 수익금으로 1시간학교 운영비로 사용합니다. 아이들은 매일 제가 볶는 커피냄새를 맡고, 또 커피를 타는 것을 보고, 커피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공부를 합니다. 저녁에는 교인들이 함께 모여서 식탁교재를 나눕니다. 밥을 먹을 때는 꼭 무슨 시트콤을 찍는 것 처럼 즐겁기만합니다. 아이들은 제가 와플을 굽는 것을 보고, 그 달달한 냄새를 맡고 군침을 흘립니다. 손님들에게 팔다 남은 와플이 있으면 모두 아이들의 차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목사이기 때문에 한 주에 한, 두번은 설교를 합니다. 아이들과 교우들 모두 다 해봐야 40명이 안되는 작은교회입니다. 어른들 대부분은 진지하게 들어주지만, 그 가운데에는 조는 사람도 있고, 뭔말이야?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조만간 제 언어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혀질 것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탄 커피향과 와플의 달콤함, 그리고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지냈던 그 순간만큼은 아이들이 기억속에 영원토록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먼 훗날 삶이 힘들어 고단할 때, 커피 한잔을 마시며, 제가 아이들에게 전하려고 노력했던 복음의 메시지를 회상할 그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커피와 와플이 복음의 메신저가 되어서, 아이들에게 복음이 가지고 있는 그 힘과 능력을 본질 그대로 전해줄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 일을 위해서 오늘도 저는 커피를 타고, 와플을 굽습니다. 저는 이 다음에, 한잔의 커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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