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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6, 쉽고도 어려운 길
    Coffee Prayer 2011. 4. 11. 23:56
    _사순절에 마시는 커피 6, 쉽고도 어려운 길

     예수께서 갈릴리 바닷가를 지나가시다가,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가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마가복음 1:16-18) 

        커피숍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뒤, 커피를 배우기 위해서 이 곳 저 곳 찾아다녔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내면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았지만, 경제적인 사정도 그렇고, 시간의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달 간은 시간될 때마다 유명하다고 하는 커피숍은 다 찾아 다녔습니다. 강남에 있는 카페들부터 홍대 앞 카페들, 그리고 삼청동과 부암동의 카페들도 가보았습니다. 나중에는 강릉에 있는 보헤미안과 테라로사까지 다녀왔습니다. 어깨 넘어 훔쳐서 배우고 인터넷을 뒤지고 책도 보았지만, 커피를 알면 알수록 더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카페를 하기에는 역부족이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커피를 20년 동안 하셨다는 어느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커피숍 오픈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저에게 “목사님 커피가 어려워요? 성경이 어려워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사실 두 가지다 어려운데, “물론, 성경이 어렵지요”라고 대답을 했더니, “그래요 성경이 어렵지 커피가 뭐 어렵습니까? 커피 쉽게 시작하세요. 커피는 쉽게 하면 쉽고, 어렵게 하면 무지하게 어렵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더 이상 카페 순례를 하지 않고, 무작정 대출을 받아서 카페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어떻게 타는 줄을 알지도 못한 채로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무식하고도 용감했던 것 같습니다. 

       성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는 부분을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야기 구조는 너무나도 단순하고 쉽습니다. 주님은 생면부지 사람들에게 “나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셨고, 사람들을 일을 하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때부터 주님을 따라간 것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뭐야, 이게 다야!”라고 되물을 정도로 단순하고 간단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그리 매력 없어 보이기도 하나봅니다. 그런데 사실 말은 쉽지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가는 일입니다. 만일, 주님을 따라가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알았다면 아마도 주님을 따르겠노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커피숍을 운영하다보니 커피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저도 “커피 쉽게 하세요, 어렵게 하시면 무지 어려워요”라고 말을 해 줍니다. 사실 커피처럼 쉬운 것이 없습니다. 먼저 잔을 데운 후, 로스팅 후 2-3일 정도 된 원두를 적당한 매시(굵기)로 갈아서, 90도에서 85도 사이의 물로 한번 뜸을 들이고, 적당한 물줄기로 두 번 정도 추출해 주면 맛있는 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해보면 전혀 쉽지 않습니다. 로스팅기를 다루는 것도 쉽지가 않고, 원두마다 물온도 포인트를 달리해야 하기에 원두마다의 적당한 물온도가 몇 도인지를 알아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또 원두의 상태에 따라서 매시조정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끔은 손님에 따라서도 메시포인트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뜸을 드리는 시간과 방법도 로스팅 경과 시간과 숙성도에 따라서 달라지며, 추출할 때의 물의 굵기와 높이도 원두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그걸 다 어떻게 아냐고요? 저는 모릅니다. 다만, 숙련된 바리스타들의 몸은 그걸 알아차리고 반응할 뿐입니다. 그래서 커피는 쉽고도 어렵다고 말하나 봅니다. 

       주님을 따르는 그 시작은 참 쉬울 수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가 그렇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초대에 응하고 주님을 따라가는 길은 참 어렵고, 매번 자기결단과 포기를 요구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따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카페도 그렇습니다. 6평 밖에 안되는 작은 카페도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고 바리스타도 될 수 없습니다. 주님을 따르려고 마음을 먹는 일은 쉬울 수 있지만, 그것을 삶으로 실행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그 어려운 길을 쉽게 시작한 것이 때론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 또한 하나님의 크나 큰 은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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